야마카시의 의미
야마카시란 생활 환경 속 건물 구조물, 지형지물에서 맨몸으로 오르내리거나 건너뛰고 통과하는 등의 이동기술을 익히고 발전시켜나가는 훈련이자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류다. 이동 방법이나 기본 마인드에 따라 야마카시의 종류도 조금 더 세분화되지만 자세한 사항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야마카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야마카시의 명칭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정확한 명칭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야마카시‘라고 부르는 이 운동의 다른 명칭은 파쿠르Le Parkour, 프리러닝Free Running, 아트뒤 드플라스망Art du Deplacement이다. 그렇다면 왜 파쿠르라는 명칭을 두고 왜 하필이면 야마카시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세인들에게 가장 먼저 이 운동을 알리고, 유명세를 탄 팀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때문에 일본에서 시작된 운동이라 착각하는 이들도 상당수지만 이 단어는 아프리카 콩고의 링갈라Lingala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다. 앞에서도 말했듯 ‘강인한 몸, 강인한 정신, 강인한 사람’ 이라는 ‘초인’을 의미하는 이 말은 사냥이나 전투를 나가기 전에 용기를 충전하는 구호로 사용되었다.
이 운동이 생겨나게 된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동작이나 운동을 하는 장소들이 지극히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장애물 위로 뛰어오르는 행위나 계단에서 점프를 하는 것의 유래를 찾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게다가 딱히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도 상당히 애매하기 때문에 시발점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파쿠르라는 명칭에 영감을 준 조르쥬 에베르, 그는 누구?
에베르티즘으로 알려진 조르쥬 에베르Georges Herbert(1875~1957)는 1875년에 태어난 군인으로 캐리비안에 있는 마르티니 Martinique 섬에서 근무하던 해군이었다. 1902년, 화산폭발로 인해 마을이 초토화되었을 때 구조반을 결성해서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행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용기와 이타주의가 결합된 신체훈련이 힘을 보강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의 모토는 다음과 같았다. “Be strong to be useful!(유용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라!)”
이러한 신조 아래 생겨난 에베르티즘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생활양식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그의 훈련법이다. 에베르는 아프리카 여행 중 만난 원주민들이 타고난 체격과 뛰어난 근력, 민첩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육체와 정력적인 생활양식에 이끌려 행동을 관찰한다. 그는 이들의 행동과 생 피에르의 시민을 구출하면서 느낀 점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육체 훈련 교육 시스템을 고안하고, 원리를 정의내리기 위해 자연적 방법methode naturelle을 연구하고 그가 재직하던 프랑스 랭스대학에서 수업시간을 개설했다. 그의 이런 연구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쳐 서부유럽의 체육학에 큰 영향을 주며 확장되었고 프랑스 군사 교육과 훈련의 시스템 구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파쿠르 장애물 코스 역시 그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종목 중 하나다. 그는 또한 프랑스 군인과 소방관의 군사훈련코스 parcours du combattant와 소방관훈련코스parcours SP로 알려진 장애물 코스를 개발했다.
어쨌건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다양한 동작을 개발해낸 사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 중심에는 데이비드 벨David Belle, 세바스찬 푸칸Sebastien Foucan, 그리고 야마카시 팀(영화 <야마카시>에 출연했던 7명의 멤버들) 등이 있다.
명칭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데이비드의 역할이 컸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처음에 붙였던 이름은 ‘Art du Deplacement(이동기술)’ 이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적격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다른 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을 했다. 그러던 중, 조르쥬 에베르Georges Herbert라는 사람의 군대 훈련법에 ‘Parcours du Combattant’ 라는 장애물 코스 훈련 명칭을 약간 변화시켜 ‘파쿠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프리러닝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2003년 9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파쿠르 관련 다큐멘터리인 <점프 런던Jump London>을 방영했다. 세바스찬 푸칸과 제롬 벤 아오스Jerome Ben Aous, 조안 비그록스Johann Vigroux가 런던의 유명한 건축물과 관광지를 파쿠르를 하면서 돌아다니는 형식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였다. 문제는 언어! 파쿠르의 시작이 프랑스였고 대부분의 용어나 설명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알리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파쿠르를 대신할 영어단어를 찾아내고자 했다. 그때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기욤 펠티에Guillaume Pelletier가 발견해낸 단어가 바로 ‘프리러닝’이다.
원래는 국제어로 통용화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후, 세바스찬이 파쿠르를 대하는 관점이 자신과 다르다고 판단하여 데이비드 벨은 노선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태생이 동일한 파쿠르와 프리러닝이 분리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야마카시’라는 말은 파쿠르를 즐겨하던 팀의 이름이라는 지적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팀을 지정하는 말이므로 이 용어를 없에고 ‘파쿠르’나 ‘프리러닝’ 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도 약간의 무리는 있다고 본다. 데이비드 벨과 다른 의견을 가진 몇몇 프랑스 트라세에 의해 시작된 야마카시는 색다른 스타일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강해지기 위한 목표와 진보나 발전에 대한 파쿠르 철학과 상당 부분 비슷하지만 공중돌기와 같은 세련된 움직임을 첨가하여 파쿠르와는 또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쿠르, 프리러닝, 야마카시의 구분
야마카시를 처음으로 접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의문을 가진다. 어떤 사람은 야마카시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파쿠르, 어떤 이는 프리러닝이라고 부르는데, 도대체 무엇이 맞는 말일까? 야마카시라 말을 했다가 욕을 얻어먹은 경험도, 그렇게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게 무슨 파쿠르냐고 된서리를 맞을 때도 있었을 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 야마카시코리아의 입장이다.
물론 이 운동을 만들어낸 데이비드 벨이 사용한 단어는 파쿠르고, 프리러닝은 그로부터 파생된 운동이며, 야마카시는 이 운동을 하는 팀의 명칭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왜 필요한 것일까? 어차피 프리러닝이라는 단어도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는 과정 중, 파쿠르 대신 적합한 영어 표현법을 찾기 위해 생겨난 말이 아니었던가. 우리에게 파쿠르라는 스포츠를 알게 해주었던 영화이자 팀의 이름이 ‘야마카시’ 이기에 이 운동을 야마카시라 부른다 해서 그 본질 자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바뀐 경우가 우리 주위에는 허다하지 않은가. 이모든 것을 잘못된 것이라며 반드시 바꿔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2005년, PAWA (파쿠르연합)에서는 파쿠르와 프리러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프리러닝은 방송매체와 마케팅의 도움 속에서 파쿠르의 기술에 좀 더 화려한 아크로바틱스적인 요소를 섞어놓은 스포츠다. 세바스찬 푸칸은 파쿠르를 보다 널리 알리고 상업적인 요소를 얻기 위해서 프리러닝이라는 말을 창시해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아크로바틱스적인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는 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프리러닝은 파쿠르와 다르다. 좀 더 비교하자면 프리러닝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마샬아츠와 흡사하다. 일반인들의 눈에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이지만 프리러닝은 파쿠르와 같은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프리러닝은 겸손을 설파하는 파쿠르 철학과 달리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한다. 즉, 프리러닝과 파쿠르는 한두 가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상반된다. 전통양식과 프리스타일이 다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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