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카시의 역사

야마카시의 역사

야마카시의 역사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논쟁 중이다. 아직까지는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맞다. 기원 자체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른다고도 한다. 룰이나 형식을 정식으로 정립한 것은 야마카시 팀이지만 이들이 생겨나기 아주 오래 전부터 비슷한 행동들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혹시 인터넷에 돌고 있는 흑백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파쿠르의 기원’, ‘1930s 파쿠르’라는 이름으로 돌고 있는 이 영상을 보면 한 사람이 아주 빠르게 장애물 사이를 오가며 아이를 등에 태우고 벽을 올라가고, 열차 위를 뛰어넘다가 물을 향해 다이빙한다. 영상에서 보이는 그의 동작은 나무랄 데 없다. 나무에서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릴리즈, 건너편 벽으로 뛰어 매달리는 캣립, 벽을 딛고 차고 올라가는 월런 등 요즘에도 저 정도의 실력이면 훌륭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영상 속의 주인공은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1930년대 스턴트맨 아르님 달Amim Dahl이다. 그는 전 독일 다이빙 청소년 챔피언을 했고, 다양한 스턴트에 도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 40번 이상 입원을 하고, 100개 이상의 골절을 겪었다고 하니 그의 도전의식은 짐작할 만하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다들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야마카시 팀보다 무려 60여년 전에 비슷한 동작을 시도했으니, 이 사람이 원조가 아닌가? 하지만 이보다 더 이전인 1920년대에도 비슷한 동작을 보인 이가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각본, 감독, 프로듀서까지 했던 더글라스 페어뱅크스Douglas Fairbanks다. 그는 영화 “The mark of Zorro”에서 벽을 한번 딛고 차올라 넘고, 당나귀를 한번에 훌쩍 넘으며, 킹콩 볼트로 장애물을 넘고, 건물 사이를 건너뛰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날아서 낙법으로 구르고, 언더 바 기술로 창문을 통과하고 건물을 타고 오르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와 같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자료를 찾다 보니 데이비드 벨과 야마카시 팀이 있기 전부터 이런 움직임의 기술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들은 아마도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있었을 것이다. 세바스찬과 야마카시팀 역시 이런 움직임의 기술은 선사시대 이전, 즉 인류의 탄생과 함께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데이비드 벨과 이들을 창시자가 아닌, 이어받아 발전시킨 ‘개발자’로 부르기도 한다.

많은 곳에서는 파쿠르의 창시자로 데이비드 벨만을 언급하지만, 이것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벨 홀로 파쿠르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파쿠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이 데이비드 벨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움직임의 기술’을 대표하는 단어로 파쿠르를 사용할 때 만큼은 창시자로 데이비드 벨만을 표기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야마카시 팀을 기준으로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1980년대, 소년들이 모여들다

이야기는 1980년대 후반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그룹의 어린 소년들이 장애물을 넘나들며 뛰어놀고 있다. 이 소년들 중에는 후에 야마카시의 창시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벨과 얀 노트라Yann Hnautrar가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이외의 나머지 7명(세바스찬 푸칸, 프레드릭 노트라, 샤를 페리에르, 말릭 디우프, 갈레인엔구바, 차우 벨딘, 윌리엄스 벨) 등이 서서히 합류하게 된다.

흔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데이비드와 푸칸이 함께 파쿠르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파쿠르의 창시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벨은 1973년 4월 29일생이다. 벨은 인터뷰에서 야마카시를 시작하게 된 것을 15살부터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나이계산법으로 따져보면 1988년 4월 29일 이후로 예상된다. 프리러닝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세바스찬 푸칸은 1974년 5월 24일생이다. 멤버 중 한 명인 프레드릭 노트라와 친구였던 그는, 프레드릭의 동생인 얀 노트라의 영향으로 15살(1989년 무렵)에 야마카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리스Lisse에서 이미 야마카시를 즐기고 있던 얀과 데이비드 맬고그네David Malgogne, 프레드릭 노트라를 만나게 되었으며, 이후에 데이비드 벨을 소개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파쿠르에 있어서는 데이비드가 세바스찬의 선배인 셈이다.

다큐멘터리 <점프 런던>에 등장하는 세바스찬 푸칸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말한다.

“제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리스는 정말 아름답고 좋은 동네입니다. 독특한 조형물이 있는 공원도 있었어요. 저희는 학교가 끝나면 늘 이곳으로 모여서 조형물 사이를 점프하고 장애물을 건너다니곤 했죠.”

거대한 원형의 조형물이 있는 리스의 한 공원은 바로 야마카시가 탄생한 트라세들의 성전이다. 해마다 많은 수의 트라세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세바스찬과 데이비드의 어린 시절과 만나곤 한다. 3m 정도 너비로 형성되어 있는 이 조형물의 용도는 의자, 즉 중앙에서 공연이나 연설을 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의자는 더 이상 그들에게 평범한 의자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데이비드 세바스찬, 그리고 야마카시 팀원들은 의자를 뛰어다니고 곳곳에 놓여 있는 장애물을 건너다니며 더 재미있는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을 하며 경쾌한 10대를 보낸다.

 

1995년, 움직임의 기술이 발전하다

데이비드와 세바스찬, 그리고 야마카시 팀원들은 전국 곳곳에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을 만나서 열정을 공유한다. 그들은 리스와 에브리Evry, 샤르셀sarcelles에서 왔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이들이 차후 야마카시 팀을 만들었을 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들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동작을 발전시켰다. 그 노력의 결과, 고도의 훈련을 받는 운동선수와도 필적할 정도의 육체적 조건과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1997년, 야마카시 팀 만들어지다

파쿠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그 이름, 데이비드 벨과 세바스찬 푸칸을 주축으로 구성된 이 팀의 구성원은 총 9명이었다. 얀Yahn과 프레드릭 노트라Frederic Hnautra, 샤를 페리에르Charles Pemière, 말릭 디우프Malik Diouf, 갈레인 엔구바Guylain N’Guba-Boycke, 챠우 벨 딘Châu Belle-Dinh, 윌리엄스 벨williams Belle로 이루어진 팀 야마카시는 1997년 5월 31일, 정식으로 창단되었다.

지속적으로 동작을 연구하고 철학을 발전시켜 나가던 중 소방관으로 재직 중이던 데이비드의 형 제프 벨이 그들을 소방서 행사에 초청했다. 맨몸으로 도심을 누비는 그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그 이후로 그들은 곳곳의 행사에 초청받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쏟아졌다.

 

1998년, 야마카시 팀 해산하다

그러던 중, ‘이브의사과’ 같은 제안이 들어왔다. <Stage2>라는 프랑스 TV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초청된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 나간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진로에 대해 멤버들 사이의 의견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프랑스의 유명 오페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제안이었다. 쇼 프로덕션에서는 2년 동안 장기계약을 맺고 투어를 하면서 그들의 곡예를 보여줄 것을 제의해왔다. 그들의 팀을 유명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운동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나머지 멤버들은 계약에 찬성했지만 데이비드와 세바스찬은 정체성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를 반대했다. 결국 야마카시 팀은 이 사건을 계기로 1998년 2월 17일 해산하게 된다.

 

2000년, 각기 다른 노선을 걷다

팀에서 빠져나온 데이비드와 세바스찬은 함께 활동하면서 ‘트라세스Traceurs’라는 두 번째 팀을 만들게 된다. 루디 두웅Rudy Duong, 제롬 벤 아우스Jerome Ben Aoues, 스테판 비그록스stephane Vigroux, 조안 비그록스Johan Vigroux, 카즈마 Kazuma, 스테판 고우돗Sebastien Goudot, 마이클 켄Michael Ken, 카림 마호세Karim Mouhousse 등이 이 팀에서 활동했다.

그들은 조르쥬 에베르의 군대용어에 착안하여 파쿠르라는 명칭을 확립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바스찬은 파쿠르의 한계와 약점을 느끼고 자신만의 연습과 자신에 맞는 것들이 반영된 탐구를 시작했다. 그는 공포와 겁이 왜 발생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이해하려 했다. 그러면서 이소룡의 무술 연습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 파쿠르 훈련을 다른 이들의 기술과 근본적인 요소들로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무도가 정신과 비슷한 철학들을 포함시켰다. 또한 그는 절권도 훈련을 발견했으며, 아이키도, 노자, 사무라이 정신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야마카시의 철학에 이를 포함시키고자 했으며 각 동작에 대해서도 서서히 이름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야마카시는 매일 변화한다

이후 그들의 행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0년 5월 31일 창단한 국립파쿠르협회National Parkour Association다. 이로서 그들은 공신력 있는 단체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2002년 데이비드 벨과 팀원 사이에 다시 불화가 발생한다. 이때의 자료가 없어 확실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tracer2000.free.fr 사이트에 의하면 데이비드와의 분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데이비드는 여전히 진행하지만 우리가 한 것은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왜 데이비드와 분리가 되었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현재 트라세스의 멤버 중 데이비드 벨과 세바스찬 푸칸은 각자 활동 중이며 스테판과 카즈마, 세바스찬 고우돗은 파쿠르 제너레이션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멤버들은 활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초창기 시작했던 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야마카시 팀과 데이비드 벨, 세바스찬 푸칸의 세 부류로 나누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참조 : 야마카시의 의미와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