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의 꿈과 희망

‘멘털 게임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2018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를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이끈 앨릭스 코라 감독은 시즌 도중 특별한 ‘게임’을 시도했다.

그는 ESPN 팟캐스트 방송에서 2년차 3루수 라파엘 대버스와 조건을 걸고 내기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내용인즉슨 데버스가 볼넷을 얻을 때마다 50달러, 밀어쳐 만든 홈런이 나오면 100달러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핸디캡도 있었다.  데버스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헛스윙을 할 때마다 반대로 10달러를 코라 감독에게 주는 것이었다.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이 게임은 5월 17일 볼티모어전부터 시작 되었다.  데버스는 이후 8경기중 7경기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앞선 42경기중 볼넷이 1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 내기가 잠시나마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선수마다 특징이 달라도 볼넷만큼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

5월19일 데버스는 좌중간으로 ‘밀어친’ 홈런도 터뜨려 식사 상품권을 꽤 많이 확보했다. 앨릭스 코라 감독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한 것은 팀의 미래로 손꼽히던 데버스가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 19일 3할을 기록했던 타율이 2할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5월 2일 부터는14경기 연속 볼넷을 얻지 못하는 등 그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다.

물론 이 게임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데버스 역시 단순히 멕시칸 음식을 원 없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적인 접근이나 통계에 따른 대안이  대세처럼 보이는 요즘 시대에도 코라 감독이 특정 선수의 ‘멘털’을 관리하기 위해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보스턴 레스삭스가  ‘세이버메트릭스’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구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팀 재건에만 10년은 필요해 보이던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 게이브 캐플러 감독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을 길들여 화제가 되었다.

대타로 마운드에 들어설 선수를 붙잡고 어깨를 토닥이며 자신감을 갖도록 힘을 불어넣어주면 선수들은 잠시 후 여지없이 결정타를 터뜨렸다. 닉 윌리암스, 애런 알테어의 홈런이 좋은 예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올린 성적은 선발진의 활약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승리에 익숙해진 팀 분위기를 전하는 선수들의 입에서는 캐플러 감독이 전하는 긍정에너지가 끊이지 않았다.

2008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한 포수 프란시스코 세르벨리는 2014년 11월 피츠버그 파이리칠 이적하면서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먼저 할일을 일찌감치 생각해 두었다,

그것은 바로 피츠버그의 모든 투수들과 저녁식사를 한 번 이상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각각의 투수와 좋아하는 구종이나 운영방식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한편, 어떤 식으로 이야기할때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유심히 살피며 성격을 파악했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세르벨리가 계획한 저녁식사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데는 3주가 걸렸다.

이런 그의 세심한 노력과 2-15년 프레이밍 수치 1위를 기록한 실력이 더해지면서 세르벨리는 그해 피츠버그가 98승을 거두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금은 타구 속도, 타구 발사각도, 수비 시프트, 공이 회전수등 각종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통계와 분석 도구가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는 물론 관중들의 ‘보는 눈’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경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서 ‘야구는 멘털 게임’이라는 말이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엘릭스 코라 감독은 일반적으로 선수 시절 박찬호가 활약하던 LA다저스의 신참 내야수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가 현역 때 남긴 가장 유명한 장면은 18구 승부 끝에 맷 클레멘트 상대로 홈런을 날린 것이다.

이런 장면을 과연 치밀하게 분석한 통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역시 논리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아니 그럴 필요 없이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 이 ‘멘털 게임’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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