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스른 사나이
매년 괴물 선수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뉴욕 양키스 소속의 후안 소토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도미니카공화국의 브라이스 하퍼’라 불리며 주목 받았고, 만19세에 워싱턴내셔널스에서 시행착오 없이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는 이듬해 소속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어린 베이브 루스’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데뷔 세번찌 시즌에는 역대 내셔널리그 최연소 타격왕에 올랐다.
그는 2021년까지 4시즌 통산 3할 타율에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 이른바 ‘3-4-5 비율을 유지할 만큼 힘고 정교함, 선구안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선수이다.
독보적인 실력과 별개로 후안소토의 행보중 가장 독특한 것이라면 개인적으로 ‘데뷔 이전 홈런’이라는 이름 붙이기도 힘든 이색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이던 2018년 6월 18일 뉴욕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3대3으로 맞선 6회 대타로 기용되어 관중석 꼭대기 까지 날아가는 초대형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팀의 5대3 승리를 이끄는 결승포였다.
그런데 이 경기는 원래 5월 15일에 열려 5회까지 진행되다가 비로 중단되는 바람에 한 달 뒤쯤 재개된 것이었다.
야구에서 간혹 벌어지는 서스펜디드 게임 이었다. 문제는 후안소토가 5월 15일에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안니었다는 것이다.
그의 빅리그 공식 데뷔는 5월 20일로 그 다음 날인 21일에 터뜨린 홈런을 자신의 첫 홈런으로 기억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공식데뷔전보다 서류상 5일 앞선 경기에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홈런을 날린 것이다.
5월 15일에는 소토는 워싱턴 산하 더블A팀에서 4타수 3안타를 몰아친 ‘뜨거운 유망주’ 일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후안소토만 홀로 시간을 거스른 것은 아니다. 상대팀인 뉴욕양키스의 그레그 버드도 원래 경기 날짜인 5월 15일에 마이너리그에서 재활중이었는데 이후 후안 소토처럼 승격되어 별일 없이 경기에 투입되었다.
그렇다면 후안 소토의 공식기록은 어떨까 ?
북미 프로스포츠의 공식 기록을 집대성하는 에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른면 후안 소토의 데뷔전은 싱겁게도 그냥 5월 20일이다. 시간을 거스른 홈런은 시즌 6호 홈런으로 기록되었고, 다만 6호 홈런의 날짜는비로 중단되기 전 경기가 당초 개시된 날짜로 표기되었다.
그냥 후안 소토에게 날짜가 특이하게 기록된 홈런 하나가 남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독특한 일 중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 ‘조엘 영블러드 사건’ 이 그것이다
하루에 2팀의 유니폼을 입고 각각 안타를 친 사건이다.
이름도 인상적인 조엘 영블러드는 1982년 8월 4일 뉴욕메츠의 중견수로 시카고 원정경기에 출전해 2타수 1안타로 활약하다가 갑자기 4회말 수비에서 무키 윌슨으로 교체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경기에서 빠진 그는 감독으로부터 트레이드 되었다는 소식을 들음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몬트리올 엑스포스 구단에 합류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엘 영블러드는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가던 중 자신의 글러브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잠시 망설이다가 수년간 동고동락한 글러브 없이는 제대로 경기에 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택시를 돌려 장비를 챙긴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같은 시각 몬트리올 엑스포는 필라델피아에서 원정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6회 대수비로 곧장 투입 되었고 7회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그 이후 9회까지 5차례 뜬공을 잡아낸 뒤에야 그의 긴 하루가 끝이 났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서류상으로 한 선수가 하루에 2팀에 소속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2팀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안타를 기록한 경우는 조엘 영블러드가 유일하다.
엠엘비중계는 손오공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