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카시란 무엇인가?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아이들과 돌담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누가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지 내기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반짝이는 햇살을 흠뻑받으며 힘차게 뛰어내리던 친구의 모습, 유난히 빛나 보이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때는 그랬다. 모두가 시도하지 못하던 것을 먼저 시도한 이에게 박수를 보냈고, 다들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 두려움에 익숙해진 어른들은 도전을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하지만 두려움의 한계를 두지 않은 아이들은 자유로움과 재미를 느낀다.
야마카시의 기본 정신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야마카시Yamakasi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한 종족의 언어로 강인한 몸, ‘강인한 정신, 강인한 사람strong body, Strong spirit, Strong person’을 의미하는 이 말은 사냥이나 전투를 나가기 전에 구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스스로 ‘초인’이라 믿으면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어왔던 게 아닐까? 그렇기에 야마카시에서 무모함이나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한계다. 그 한계를 정확하게 알고 한계에 도전하며 한계를 넘어서는 것. 야마카시를 즐기는 모든 이들은 이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야마카시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해서 모두가 어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인 인라인 스케이트나 MTB의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주말 강변에 나가면 가족이 모두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MTB의 경우는 아줌마로 구성된 동호회까지 있을 정도다. 거창한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나 스케이트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반면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류인 야마카시는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인식률이 낮고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2003년 프랑스 영화 <야마카시>가 우리나라에 개봉하면서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건물 옥상에서 묘기를 보이면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현란하게 계단을 질주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이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이 운동이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는 이유 역시 스턴트에 가까운 묘기 때문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유도 이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라인 스케이트 역시 평지에서 안전 도구를 충실히 갖추고 전문강사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배우고 즐긴다면 하나도 위험하지 않듯, 야마카시 역시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가면서 즐긴다면 위험할 것이 하나도 없는 운동이다. 영화나 CF에서 보이듯 고층 옥상에서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쏘며 날아다 니거나 3m가 넘는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일은 장소의 부재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불가능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상당수지만!).
야마카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스완swan을 하고 킹콩 볼트King-kong voult를 하는 트라세traceur(야마카시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를 보면서 어디엔가 와이어를 숨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아함마저 가지게 된다. 이 동작들이 과연 사람의 몸 하나로만 가능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전문적으로 기계체조 훈련을 받거나 합기도장에서 몇 년 동안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동작이라니, 더욱 기가 막힌다. 물론 이들이 야마카시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동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 동작부터 차근차근 익히지 않으면서 고난위도 기술을 시도하는 것은 아이언맨이 갑옷도 없이 적진에 뛰어드는 것과 같고, 차도 없이 악당과 맞서겠다고 도심 한복판으로 뛰어가는 베트맨과도 진배없다.
모든 익스트림 스포츠는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야마카시를 제대로 즐기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야마카시에 도움이 되는 합기도나 기계체조, 암벽등반 등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참조: 야마카시의 역사